정치적 동조성, 인지적 성찰력, 그리고 '믿고 싶은 것만 믿기'의 심리학
"정치에서 똑똑할수록 더 편향적이다?"
우리는 종종 이런 말을 하죠.
“사실을 봐. 이건 명백한 증거잖아!”
하지만 상대는 전혀 다르게 반응합니다.
“그건 너희 쪽이 조작한 거야.”
왜 이렇게 같은 사실을 보고도 전혀 다른 해석을 하게 될까요?

이 질문에 정면으로 도전한 연구가 바로 오늘 소개할 Kahan (2013)입니다.

Kahan, D. M. (2013). Ideology, motivated reasoning, and cognitive reflection. Judgment and Decision making, 8(4), 407-424.
연구 배경
심리학자들은 오래전부터
"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에 맞는 정보만 받아들이고,
나머지는 무시하거나 왜곡한다"라고 주장해 왔습니다.
이를 동기화된 추론(Motivated Reasoning)이라고 불러요.
하지만 Kahan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,
“인지적 능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오히려 더 심하게 편향된다”
는 가설을 실험적으로 검증하고자 했습니다.
즉, 공정하게 사고할 줄 아는 능력이정치적 주제 앞에서는 정반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거죠.
연구 목적
- 정치적 이슈에 대해 사람들이 객관적인 수리 문제도 편향적으로 해석하는지 확인하고,
- 인지적 사고 능력(‘인지적 반성, Cognitive Reflection’)이 편향을 줄이는지 혹은 강화하는지 알아보는 것
연구 방법
실험 참가자들에게 수학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를 주었습니다.
그런데 문제의 내용은 두 가지 버전으로 나뉩니다:
|
버전 A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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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정치적 이슈 (피부크림 효과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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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
버전 B
|
정치적 이슈 (총기 규제 효과)
|
예를 들어,
- A에서는 어떤 피부크림을 사용한 사람들의 발진 개선 여부를 분석
- B에서는 총기 규제 정책이 범죄율에 미친 영향을 수치로 제시
두 버전은 숫자는 동일하지만 문제의 맥락(정치성 vs. 중립성)만 다릅니다.
그리고 참가자들의 정치 성향(보수 vs. 진보), 인지적 사고능력을 측정했습니다.
주요 결과
1. 정치 이슈가 들어가면 계산 능력이 떨어졌다.
- 피부크림 문제에선 대다수가 정확하게 해석
- 총기 규제 문제에선 자신의 정치 성향에 부합하는 쪽으로 수치를 왜곡해서 해석
보수 성향은 총기 규제가 효과 없다는 결론을 진보 성향은 총기 규제가 효과 있다는 결론을 내림
→ 같은 숫자임에도!
2. 인지력이 높을수록 편향이 더 심했다
- 인지적 반성 능력이 높을수록 중립 문제에선 정답률이 높지만
- 정치적 문제에선 자신이 믿고 싶은 방향으로 숫자를 해석 → 똑똑한 사람이 오히려 더 잘 왜곡함!

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?
Kahan은 이를 “정체성 보호 이론(Identity-Protective Cognition)”이라고 설명합니다.
인간은 사실보다는 소속감과 자기 정체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.
즉, 정치적 이슈 앞에서는 “내가 속한 집단의 믿음”을 지키기 위해 뇌가 정보를 자동으로 재구성한다는 것이죠.
이 연구는 정말 소름 돋습니다.
우리는 흔히 “사실을 알면 바뀌겠지”라고 생각하죠.
하지만 이 연구는 말합니다.
“사람은 자기 믿음을 강화하기 위해 ‘사실’을 도구로 쓴다.”
정보가 아니라 정체성이 세상을 보는 렌즈라는 것,
그리고 그 렌즈는 더 똑똑한 사람일수록 더 정교하게 왜곡된다는 것.
오늘도 인터넷에서 누군가와 논쟁을 하고 있다면,
상대가 바보라서가 아니라, 우리 모두가 똑똑하게 편향되어 있기 때문일지도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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